환자들 팽개치고 '투쟁'…집회현장 몰려간 의사들

입력 2024-03-03 18:31   수정 2024-03-04 00:48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주최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의사 등 4만 명(주최 측 추산)으로 가득 찼다. 경찰은 1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일방 차로 800m를 빼곡히 메운 이들은 ‘정원 확대는 포퓰리즘’ 등의 손팻말을 흔들면서 ‘필수의료 패키지 도입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간 전국 119 구급대에 공유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엔 성형외과 의료진 부재로 진료 불가(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진 부족으로 심근경색·뇌출혈·장중첩 등 부분 수용(세브란스병원), 수지접합 진료 불가능(여의도성모병원) 등의 안내 메시지가 빼곡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대학병원의 응급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집회가 시작되자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연단에 오른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장 직무대행은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혈세로 조성한 보건의료 체계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연금술이 아니다”며 “15년 후 증원된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를 채울 수 있다는 낙수효과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도 “의사 회원들을 하루아침에 중범죄자 취급하는 정부의 폭압적 태도가 문제”라고 각을 세웠다.


정부는 이날 의사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번주부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위한 준비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신속히 하겠다는 의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과거에도 여러 번 의료계 집단행동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공의들이 수술실과 응급실까지 비운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전공의 목소리는 환자의 곁을 지킬 때 강력해진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정부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불법적으로 의료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되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처벌 면제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565명에 불과했다. 전공의 대상 처벌이 4일부터 이뤄지면서 지난 1~3일 연휴 기간도 처벌 유예 기간에 포함됐지만 추가 복귀한 전공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병원별 근로계약 갱신 기간이 ‘2말3초’에 몰린 전임의(펠로)까지 연쇄 사직에 동참하느냐다. 일부 대학병원에선 전임의가 담당 교수에게 사직 인사를 전한 사례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다만 지난달 29일부터 병원장들이 소속 의사에게 ‘현장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에 전임의·교수까지 대규모 사직 행렬에 동참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봐야 여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임의는 전공의 기간을 거쳐 전문의 면허를 딴 뒤 2~3년간 대학병원에 남아 추가 세부 전공기술을 익히며 환자를 돌보는 의사다. 외과 전문의라면 대장·항문, 간이식, 유방, 신장 등의 분야를 택해 추가 기술을 배운다. 전공의처럼 ‘피교육자’와 ‘근로자’ 사이 모호한 신분이지만 주 80시간으로 최장 근무 시간을 제한한 ‘전공의 특별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빅5 병원 의사 인력에서 전공의는 37%, 전임의는 15% 정도다.

이지현/정희원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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